[더퍼스트미디어 2015. 1. 23] 누가 봐도 우습지만 성능은 좋은, 적정디자인 공기 청정기

//[더퍼스트미디어 2015. 1. 23] 누가 봐도 우습지만 성능은 좋은, 적정디자인 공기 청정기

대부분의 기업이 다양한 기술과 유려한 디자인이 접목된 제품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물건임에도,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에 구매를 망설이게 될 때가 많다. 다양한 제품들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고 안전하게 해주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혜택은 제품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다.

 

여느 기업과는 상반된 길을 택한 사람이 있다.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rdboard Art College, 이하 CAC)의 김광일(40) 대표다. 지난 해 9월 런칭한 CAC는 골판지로 만드는 공기청정기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른바 ‘아워플래닛 에어(Our Planet Air)’. 미세먼지로 인해 이제는 필수 가전 중 하나가 된 공기청정기다. 김 대표는 군더더기 없는 본연의 기능만 담아 가격대를 시중가의 4분의 1 이상으로 확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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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 제공

“집에 아이가 있어요. 미세먼지가 걱정 돼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알아보니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을 호가하는 거예요.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 자체는 정말 간단한 건데, 여기에 먼지와 냄새를 감지하는 센서, 필터 교체시기 알람, 각종 디스플레이 등이 부가적으로 들어가니 가격이 높아진 것이죠.”

 

공기청정기가 공기를 정화하는 원리 자체는 간단하다. 팬이 공기를 빨아들이면 필터가 공기 중의 먼지를 걸러내는 식이다. 김 대표는 시중에 출시된 공기청정기에서 오직 이 기능만 가져왔다. 컴퓨터에서 떼어낸 팬과 신발 포장 박스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그가 만든 시제품은 12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누가 봐도 우습게, 하지만 성능은 좋게

 

“처음엔 복잡하게도 만들어 봤어요. ‘내 손으로 이런 걸 만들었다’고 자랑은 할 수 있었죠. 하지만 고객들과는 멀어지겠더라고요. 그래서 제품 컨셉을 다시 잡았어요. ‘단순하게, 누가 봐도 우습게, 하지만 성능은 좋게.’”

 

제품은 DIY 형태로 출시됐다. “가전제품을 직접 만든다고?”라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정말 어렵지 않다. 필터와 팬을 각각 종이 커버에 끼우고, 전개된 종이를 박스 형태로 접어 그 안에 부품을 고정시키기만 하면 된다. CAC는 누구든지 보고 따라할 수 있도록 사진과 영상으로 된 설명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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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C는 아워플래닛 에어의 조립 과정을 사진과 영상을 통해 상세히 알려준다. (사진 :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 에서 일부 발췌)

완성된 공기청정기는 높이 30센티미터의 영락없는 박스 모양이다. 외관만큼이나 기능도 투박하다. 당연히 센서가 먼지를 감지해 자동으로 작동하지도 않고, 취침모드 같은 타이머 기능도 없다. 전원버튼만으로 켜고 끄는 게 전부지만 공기를 정화하는 성능만큼은 동일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시중 제품에 내장된 필터와 똑같은 프리필터와 헤파필터를 사용해요.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만큼은 시중의 제품과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가격대를 맞추다 보니 필터의 크기를 줄였어요. 그래도 서너 평 가량 되는 방의 실내 공기를 한 시간에 열 번 바꿀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을 갖췄어요.”

 

프리필터는 큰 먼지를, 헤파필터는 미세한 먼지를 걸러준다고 한다.

 

물었다.

 

“종이로, 그것도 직접 만든 가전제품이 과연 안전할까요?”

 

“처음에는 220볼트짜리 디퓨저 팬이라는 것을 썼어요. 환풍기에 주로 쓰이는 것인데요, 전압이 높으니 위험하겠더라고요. 그래서 12볼트, 0.3암페어짜리 팬을 사용했어요. 플러스극과 마이너스극을 양 손으로 잡고 있어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전류가 흘러요.”

 

아워플래닛 에어는 오직 바람을 흡입하는 팬을 돌리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고, 팬과 어댑터는 모두 완제품을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CE인증, 즉 제품안전인증을 받았다. 만약 과열 됐을 때는 내장된 온도 센서가 전류를 차단한다. 소비전력은 5와트 이하, 최대소음은 36데시벨로 타사 제품보다 낮은 편이며, 연간 전기요금이 천 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기존 A사 제품의 경우 소비전력은 34와트, 최대소음은 45데시벨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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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 제공

 

‘황색가전’, 90%를 위한 적정기술

 

“좁은 단칸방, 판자촌 등 주거여건이 나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요. 반지하방에라도 살아봐요. 도로 위에 쌓인 먼지가 그대로 창문으로 들어오는 걸요. 하지만 공조시설이 마련된 신식 건물에 사는 부자들은 미세먼지를 거의 마시지 않아요.”

 

김광일 CAC 대표

김광일 대표는 공기청정기가 필요한 곳은 소득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주거공간이라고 말한다. 그가 타깃으로 하는 고객층도 바로 이들이다. 실제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008년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가구 실내의 오염상태는 월별 평균지출이 150만원 미만인 저소득군 가구에서 150만원 이상인 대조군에 비해 오염 정도가 심하다고 밝혔다. 특히 미세먼지와 같은 입자상 물질은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평균농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였다고 한다.

 

아워플래닛 에어는 저렴하면서도 친환경적이다. 전력을 적게 소비한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사용했고, 외장재인 종이에도 화학코팅을 하지 않았다. 제작 공정에서 오염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조립 시 접착제가 필요 없도록 박스를 설계했다. 박스의 홈에 부품을 끼우거나 스냅버튼을 사용해 간단히 고정하는 식이다. 귀찮고 어렵다기 보다는 “조립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아이들의 교육용으로도 좋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 : 카드보드아트컬리지(CAC) 제공

CAC는 공기청정기 기부를 독려하는 ‘아워플래닛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기부를 목적으로 할 경우 마진을 남기지 않는 가격에 공기청정기를 제공한다. 이미 포스코, 하나금융그룹, 에델만코리아, 한국에브비 등의 기업이 여기에 함께했다. 이를 통해 만들어진 200여대의 공기청정기가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등을 통해 소외계층에 전달됐다.

 

CAC의 차기 출시 상품은 ‘더스트 백’이라고 한다. 공사장 등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다. 이 밖에도 박스로 만든 제습기와 정수기 등 다양한 황색가전이 구상단계에 있다. 이들 시제품의 제작기는 그가 운영하는 커뮤니티에 공개돼 있어 직접 따라서 만들어볼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상품화한 아워플래닛 에어의 설계도면도 CAC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지금은 기술을 기업들이 다 가져가서 비용을 지불하고 그것을 사야 하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잖아요. 지붕이 헐리면 내 손으로 짚을 엮어서 덧대고, 쟁기가 필요하면 두드려서 만들어 썼죠. ‘아워플래닛’이란 이름에는 기술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앞으로도 90퍼센트의 대중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기술을 활용한 나눔을 이어가고 싶어요.”

 

[출처: 더퍼스트미디어]누가 봐도 우습지만 성능은 좋은, 적정디자인 공기 청정기

By | 2016-06-19T18:51:16+00:00 2015/02/01|언론보도|0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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